귓속말

또 다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소말리아

세꼴 2009. 4. 11. 22:18

 'The Most Dangerous Place in The World' 이 표어는 자주 해외잡지의 표지에 등장한다. 과거 이라크의 앞에도 붙어있었고,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의 앞에 자주 붙는다. 때문에 사실 표어의 무게에 비해 다소 식상하게 와닫는게 사실이다.

 포린 폴리시 2009.3/4월호의 기사에도 또 이 표어가 등장했다. 이번엔 소말리아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의 국제공항에 내려 작성하는 입국 서류는 좀 색다르다. 이름과 주소를 묻는것은 당연하지만, 특이하게도 휴대하고 있는 총기의 구경을 써 넣는 난이 있다. 내전으로 파괴돈 이 도시에는 놀랍게도 아직 몇몇 항공사가 항공편을 운행하고 있다. 운항 수입은 시원치 않다. 활주로 끝에는 2007년에 격추된 러시아 수송기 잔해가 찌그러진 채 방치되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소말리아 - 제프리 제틀먼 Jeffrey Gettleman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2009. 3/4


 기사의 도입부에 나온 내용이다. 입국 서류에 총기의 구경을 써 넣는 난도 인상적이지만 격추된 러시아 수송기 이야기도 만만치 않다.

 소말리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대부분 빈곤과 기아의 땅. 미군의 작전이 실패한 나라(블랙 호크 다운). 무정부국가 등 부정적이고 혼란스러운 이미지가 대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그리고 근 수년동안 새롭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해적국가'일 것이다. 대체 소말리아는 왜 이런 실패를 안고사는 걸까? 그들이 무능력 하고 그들의 나라가 '저주받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있기 때문인가? 물론 어느정도 그러한 것도 사실을 차지 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들도 아주 많이 있다.


 소말리아는 정치적으로 모순된 존재다. 겉으로는 통일 국가 인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로는 깊이 분열되어 있다. 인구학적으로만 보면 소말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통합성이 높은 단일 민족 국가 중 하나다. 9백만 ~ 1천만 명에 이르는 국민 거의 모두가 한 언어를 쓰고(소말리아 어), 한 종교를 믿으며(이슬람 수니파), 단일 문화에 속한 단일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소말리아를  실제로 지배하는 것은 파벌 시스템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다층적 파벌로 분열되어 있다. 이 파벌 체계는 매우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고 끊임없이 변함으로, 외부 세력이 몇 년을 투자해 노력해도 도무지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소말리아 - 제프리 제틀먼 Jeffrey Gettleman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2009. 3/4


 소말리아는 크게 봐도 3부분. 소말리아, 푼트랜드, 소말리랜드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기사처럼 그 안에는 또다시 이루 헤아릴수 없는 많은 파벌로 구성된다. 이러한 소말리아 지역의 특성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대부분의 국가들이 소말리아을 지배하거나 관여하려 들었고 이 때문에 대부분의 외부세력은 참담한 패배를 맛보았다. 분쟁이 벌어지면 자잘히 분열되지만, 외부의 적이 등장하면 급속히 단결되는 소말리아의 특성 덕분에 미군이 소말리아의 군벌 무하마드 파라 아이디드(Mohammed Farah Aidid)를 체포하려던 작전은 막강한 특수전 병력에도 불구 하고 실패로 끝났다. 작전의 목표는 단일 군벌세력의 리더였지만, 작전이 시작되자 모가디슈 민병대 수천명과의  전투로 진행되었고, 미국은 참담한 성적표-격추된 블랙호크 두대와 18의 미군 사망자, 수많은 모가디슈 사상자-를 받아들고 소말리아에서 발을 뺏다.

 그리고 서방의 무관심속에서 버려진 소말리아에 관심을 가진것은 아랍 이슬람 조직들이였다. 그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수니파  분파인 와하비파가 소말리아에 지원을 시작한다. 그들은 조용히 이슬람 사원과 코란 학교들을 비론한 사회시설을 건설했다. 파벌들을 하나로 묵는 이슬람이라는 고통된 가치 덕분에 소말라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또 다시 실패한 역사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CIA 이다. 9/11 이후의 세계에서 소말리아가 새로운 테러범 소굴이 될까 우려한 미국은 CIA를 통해 소말리아의 이슬람 조직을 몰아내기로 결심한다.

 
CIA 요원들은 수년 동안 소말리아 국민을 착취해 온 군벌들을 지원해, 사회 체제를 세워 나가던 이슬람 세력과 싸우도록 부추기기 시작했다. 2008년에 내가 만난 한 소말리아 군벌에 따르면, 제임스와 데이빗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미국 요원이 현금이 가득 찬 가방을 들고 모가디슈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군벌을 만난 요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돈으로 무기를 사시오. 질문 사항이 있으면 이메일로 연락하시오. 군벌이 내게 보여준 그들의 이메일 주소는 다음과 같았다.

no_email_today@yahoo.com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 소말리아 - 제프리 제틀먼 Jeffrey Gettleman
포린 폴리시 한국어판 2009. 3/4

 
 하지만 이번의 실패는 소말리아에는 좋은 것이었다. 다시 한번 미군이 지원하는 군벌에 대항해 단합된 소말리아 사회는 전에 없던 평화를 이루어낸다. 평화는 2006년의 반년동안 이루어졌는데 이 기간동안 청소부들이 거리를 치웠고, 어린이들이 해변에서 수영하고 놀았으며, 몇년만에 처음으로 밤에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슬람주이자들이 해적을 설득해 해적질을 멈추게 했으며, 설득이 먹히지 않으면 직접 해적이 강탈한 배로 처들어갔다. 2006년은 소말리아 인근에서 해적공격이 10건이 이이루어졌는데, 지난 10년간의 최저치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도 이슬람주의자들의 자체적인 반목으로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번에는 에티오피아가 등장한다. 기독교 국가인 에티오피아는 일정부분 이스라엘을 닮아 있는데, 이 지역에서 미국의 우방국이며고, 주변국과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는 종교적인 영향이 다분하다. 그리고 에티오피아는 기독교 국가지만 국민 절반 가까이가 이슬람을 믿는다.

 에티오피아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소말리아와 한바탕 치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미국이 긍정적 신호르 보넸고 에티오피아는 2006년 12월 소말리아를 침공한다. 그리고 수도 모가디슈를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상황은 결코 에티오피아가 원하던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고, 결국 모가디슈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게된다. 무질서로.

 나름 생각해보면 이런 나라에서 먹고 살려면 누가봐도 해적질을 할 수 밖에 없어보인다. 그냥 실패하고 무너져버린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그렇게 생각할 것 이라고 본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소말리아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하다.


Q: 해적행위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가 뭔가?

A : 소말리아에선 모든 젊은이가 어렵게 산다. 취직도 안 된다. 유일한 수입원이 고기잡이인데 그마저도 우리 해역에 들어온 강대국과 아시아 국가들에 의해 밀려났다. 그래서 처음엔 그들의 불법조업에 대항해 시작했다. 그러나 국제 군대가 그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Q : 해군 함정이 늘어나는 것이 두려운가?

A : 유럽연합과 나토 군대가 온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은 해결책이 아니다. 해결책은 소말리아의 평화를 되찾아서 우리의 삶이 나아지고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늘리는 일이다. 그들이 우리를 붙잡을 수야 있겠지만 그런 방식으론 우리를 말릴 수는 없다.

Q : 해적 행위를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나?
 
A : 불법으로 조업하는 배와 독성 쓰레기를 버리는 배를 호위하는 외국 군대 때문에 일어난 지저분한 사업이라고 정당화하겠다. 우리가 고기잡이를 못하게 되면 그 상업선박이 우리의 물고기가 될 수밖에 없다.

Q : 사우디 유조선을 납치한 해적들은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기름을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그런 짓이 소말리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얼마나 엄청난 피해를 주는지 알기나 하는가?

A : 기름이 유출되면 얼마나 위험한지 안다. 하지만 남은 해결책이 나쁜 짓밖에 없으면 나쁜 짓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린 그래서 해적질을 한다. 나쁘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해법이다.

"무력 진압이 능사 아니다" - 소말리아 해적 두목 인다부르, 외국 어선들의 불법조업이 문제라고 강변.
'뉴스위크' 로드 노들랜드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 2009 1/14



 위 기사는 뉴스위크 한국판에 실린 소말리아 해적 두목인 샤문 인다브루와의 인터뷰 중 일부이다. 그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우리가 보고 듣는건 조금 더 생각해 봐야하는 문제를 안고 있는게 분명하다고 여겨진다.

 소말리아는 분명 실패했고, 그건 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다시 일어서려 할때마다 누군가가 더 힘겹게 만들고 있는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건 실패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