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이태호님의 데뷔 작품 이였던 '블랙 코브라'

세꼴 2005. 8. 8. 15:23

소년 챔프에서 93~94년도에 연재 되었던 블랙 코브라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김은기님이 글을 맡고 이태호님이 그림을 그린 작품으로, 마피아가 판을 치는 고담 시티에서 전투헬기인 코브라를 이용해 마피아를 상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작품입니다. 당시에 제법 소년 챔프 독자들 사이에 제법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저 자신 역시 그당시의 챔프 독자로서 블랙 코브라를 무척 즐겁게 보았던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화속의 주인공은 자신을 도우는 사람들과 함께 정체를 숨기고, 헬기를 타고 홀연히 도시에 나타나 시민들의 적인 마피아를 소탕합니다. 하지만 허가 받지 않은 무력사용이기에 동시에 우리의 영웅은 도시의 경찰에게도 쫓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시절의 전형적인 영웅상 이였지요. 불의에 대적하지만 그탐탁지 않게 여기는 공권력 때문에 동시에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영웅...

만화속에는 주인공이 조종하는 블랙 코브라인 'AH-1 Cobra' 헬기 말고도 당시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던 러시아제 'Ka-50 Hokum' 이나 너무나도 유명한 'AH-64 Apache'. 초반에 등장한 '500MD Defender'. 이탈리아의 'A-129 Mangusta'. 수직이착륙 전투기 'AV-8 Harrier'등이 등장하여 도심속에서 전투를 벌입니다. 코브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종은 마피아가 블랙 코브라를 대적하기 위해 고용한 용병들이 몰고 등장합니다. 이들이 벌이는 사투가 바로 이 만화의 핵심이지요.

헬기들의 전투는 소년 만화적인과장과 함께 제법 사실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사실, 허구라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현대전 대량파괴병기의 총아인 공격헬기가 도심속에서 전투를 벌인다는 것은 굉장히 살벌한 소재가 아닐수가 없습니다. 현대전 공격헬기의 주 임무가 지상전의 제왕인 전차를 제압하기 위한 것임을 상기하면, 전차의 장갑따위와는 비교도 안돼는 얇은 유리로 벽면이 구성되어 있는 도시의 고층빌딩 사이를 오가며 기관포로 교전을 벌이는 모습은 정말 무시무시한 소재가 아닐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작품중에는 사실상 그런 피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만. 다만 리얼리티를 제법 강조한 면이 있는 만화이다보니 중간중간 교전에 의한 도시의 피해를 두고 주인공들이 걱정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제가 기억나는 에피소드만 해도 적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 공격이 적에게 적중하지 못하고 애꿏은 빌딩을 박살내자

'마피아 건물이니 괜찮다!' 라며 경파하게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이러한 부분에서는 할말이 없지요.

밀리터리 물에서 꽤 중요하게 평가받은 리얼리티의 부분을 굳이 따지고 든다고 하더라도 만화적 재미를 두루 갖추고 인터넷 같은 편리한 정보수집 수단도 없던 시절에 군사 관련 자료들을 활용하여 작품을 연재하고 꽤 좋은 평가를 얻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받을만한 작품입니다. 재가 가지고 있는 '블랙 코브라' 책에서도 당시에 자료를 구하기 위해 이러저리 뛰어다녔던 것을 추억하는 이태호님의 말씀이 들어가 있더군요.

연재가 끝난 뒤에 글을 맡았던 김은기님은 다른 작가분과 함께 '블랙 코브라'의 후속편 격인 작품을 연재한것 같습니다. 다만 좋은 반향은 못 끌어냈는지 연재 도중 짧게 마무리 지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태호님은 아시다시피 그 이후에도 '토이솔져' 같은 소년 챔프의 입맛에 맞는 작품들을 계속 연재하셨지요. IQ 점프에서도 연재를 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연재한 작품중에 '플라잉 타이거'라고 이 쪽은 전투기 파일럿 용병들을 소재로한 국내 작품이였는데...알고 계신분이라면 눈치 채셨을 것입니다. 일본 작품 '에어리어 88'을 상당히 표절한 작품인듯 하더군요. 어릴적에 보았을때는 그런것은 잘 몰라서 재미있게 보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당연히 나중에 알고서는 좀 씁쓸했습니다. 사실 알고보면 소년주간지에 연재된 작품들 중에도 이런 작품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동시에 훌륭한 국내 작품도 많았던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만화시장이 다시금 정상궤도를 찾으면. 다시 한번 한국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밀리터리 만화를 당시의 국민학생들 처럼 현재의 초등학생도 즐겁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