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쩌라는건지 알수없는, 정말 대책없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기특하게도 요즘 보기 드문 '오리지널 작품'이다. 제작사는 망갈로브(manglobe)인데, 나름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인 듯.
요즘 일본 애니메이션이야 차고 넘쳐흐르지만 그 중에서 애니메이션에 기원을 둔 작품들은 정말 흔치 않다. 대부분의 작품이 게임 혹은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두고 제작되는데 그러다보니 상업적인 포커스 또한 한쪽으로 치우치키 마련. 이건 작품에도 영향을 크게 주어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어느정도 코드화 되어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앞서 칭찬했듯이 이 작품은 소설에도, 만화에도 혹은 영화나 게임에 바탕을 두지 않은, 그야말로 순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남미를 배경-주로 브라질-으로 꾸미기 위해 현장답사를 통해 많은 자료가 수집되었고, 조사를 위해 우범지대롱 알려진 파벨라에도 가본것으로 알려져있다. 때문에 작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남미를 훌륭히 그려낸 배경들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큰 편이다. 보다보면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 이질감을 자주 느끼게 되는데, 그만큼 제작사가 그들이 체험한 남미의 특징들을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는 간단하다. 미치코와 핫칭은 한 남자를 찾기위해 바이크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남자의 이름은 '히로시 모레노스' 미치코는 히로시의 옛 연인이고, 핫칭은 히로시의 딸이다. 둘이 함께 나아가며 겪는 성장 과정이 작품의 주 내용이다.
핫칭은 보조금을 받아먹기위해서 자신을 입양한 가정에서 하루하루를 모멸과 멸시를 받으며 버텨나가고 있다. 핫칭은 늘 누군가-히로시?-가 나타나 언젠가 이곳에서 자신을 데리고 나가주기를 바란다. 그러던 어느날 난데없이 자신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미치코가 나타나 자신의 소원대로 그곳에서 자신을 탈출(납치)시킨다.
그러나 여러정황으로 볼때 미치코는 핫칭의 어머니가 아니다. 게다가 미치코는 희대의 범죄자로, 핫친을 데리고 히로시를 쫓기위해 흉악한 범죄자만 수감된다는 '디아만드라'를 탈옥한 범법자다. 게다가 배려나 예의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오히려 포악하기 그지없는 거친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핫친는 오히려 그 반대의 성격으로,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정직하고 착한 성격이다. 절대로 남앞에서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지 않는데다가(터져나오긴 한다), 눈을 마주칠라 치면 고개를 바로 돌려버릴 정도로 부끄럼쟁이다.
각 에피소드는 훌륭한 연출과 깔끔한 마무리 덕에 완성도가 꽤나 높은 편이다. 특히 밤무대 댄서인 페페의 이야기를 다룬 4화나 히로시를 찾는 여정길에 들린 호텔에서 낯선 남자에게 유혹받아 미치코가 갈등하는 7화, 히로시의 옛 동료이자 친구인 '사토시 바티스타'의 사주를 받아 미치코를 죽이러온 킬러들과의 대결을 보여주는 14화. 핫칭이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레니니'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던 15화는 총22화의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에피소드 들이다.
특히 14화의 자동차 추격신은 탄피를 사방에 뿌리며 지나온 길의 모든 차량을 갈아엎어버리는 할리우드 식의 자동차 추격신과는 전혀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이 장면에서 발사된 총알의 숫자는 겨우 두자리수를 넘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보는내내 자동차 추격신 특유의 쫓고 쫓기는 재미를 잃지 않고 있다.
앞서 말한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의 개성이 대단하다보니 주인공의 존재감이 많이 희석될 정도다. 사실 이점은 단역들의 뛰어난 개성보다는 그 만큼 주연인물인 미치코와 하나가 주연으로서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기인하는데, 아마도 그 원인은 '히로시 모레노스'의 극 중 역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치코와 핫친에서 가장 핵심적인 또 하나의 존재는 '히로시 모레노스'다. 그를 위해 미치코는 디아만드라에서 수없이 탈옥을 시도했다. 그를 위해 위험한 일도 마다 하지 않으며, 그건 이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히로시는 핫친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유일한 고리이기도 하다.
헌데 이 고리는 너무나도 취약했다. 미치코가 자신의 모든것을 바치는 히로시라는 존재는 형편없는 인물이다. 우유부단한 성격에 늘 무기력에 빠져 있어 축 처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다가 시선은 항상 초점이 없는듯 멍한 상태다. 물론 매력도 있다. 배우 못지하는 훤칠한 외모에 모성본능을 자극시키는 곱상한 이미지, 그리고 듣는이를 매료시키는 부드러운 목소리. 그에 걸맞는 자상함. 게다가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는 활약상 등. 히로시가 결코 매력이 없는 남자는 아니다. 오히려 히로시의 그 매력에 작품속의 다른 여성들도 히로시에게 강한 매력을 느낀다.
하지만 히로시는 연인이던 미치코와 딸인 핫친을 버리고 떠났으며, 심지어 자신을 만나기 위해 그를 쫒아오는 미치코와 핫친을 피해 도망다닌다.
작품 감상을 하면서 편견을 떨처버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감독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렸다. 사실 히로시의 특징은 작품속의 몇몇 남성들에서 반복되서 발견되는 데다가, 심지어 몇몇 에피소드 에서는 미치코에게서도 그 흔적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감독 자신이 체험한 경험이 녹아들어있다는 편견을 점점 더 커지도록 한다. 감상하는 이를 몹시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이 흔적들때문에 미치코를 다시 수감시키기 위해 뒤를 쫓는 아츠코-미치코의 옛 친구이자 부하, 작중에서는 경찰-를 응원하는 마음까지 생겨버린다.
어찌되었든, 결국 미치코와 핫친은 히로시와 재회한다. 하지만 감격의 기쁨도 잠시. 결국 불안은 현실이 되어버린다. 소중한 줄 알았지만, 대단한 무언가일거라 기대했던 히로시는 실상 보잘 것 없었다는 결론 때문에 작품 전체의 의미와 무게감은 말 그대로 증발해 버린다. 배신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미치코와 핫친이 히로시를 찾아가는 여정속에서 서로의 관계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완성시켯다는 점. 그리고 이 작품에 감독과 제작사의 애정과 열정, 땀이 스며들어있다는 사실은 부당한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미치코와 핫친'을 변호하게 만든다. 훌륭하고, 또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