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내전에 참가한 미국인 청년의 이야기

귓속말 2009. 8. 10. 14:34

1973년에 앙골라 내전[참조]이 절정에 알했을 때 장거리 사격에 재능이 있는 한 미국 청년이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세상을 보고 온다'며 아프리카 배낭여행에 나섰다. 세네갈의 다카르 항구에서 뙤약볕속에 찬 맥주를 마신다는 '사치'를 누리는 동안, 어떤 미국인 두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자연스레 이들은 매우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지만, 이야기가 점점 사격에 관해 바뀌기 시작했다.

 1000야드(약 914m)사격대회에도 나가본 일이 있는 이 학생과 그들의 이야기기 진전될수록 "이야기가 꽤 복잡하고 두루뭉실했지만, 결국 내용은 공짜 교통편을 제공해 줄테니 근처 국가에서 잠깐 일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계속되자 놀랍게도 두 미국인은 낯선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이 학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제안은 간단했다. 원하는 돈을 얼마든지 줄테니(심지어 스위스 은행 계좌까지 개설해서), 총을 들고 정글에 잠복해 앙골라 반군을 지원하는 외국인 군사고문을 쏴버리라'는 것이었고, 일단 투입되면 돌아갈 방법은 미리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헬리콥터를 타는 것 뿐이었다.

 그에게 실시된 정글전 훈련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어떠한 신분 증명서도 없이 민수용 스코프가 달린 표준형 M70이 지급됐다. 2주일 뒤 그는 물과 식량, 나침반과 지도, 총과 탄약을 가지고 아프리카의 정글에 뛰어들었다.

 비록 저격에 대해 그가 아는 것은 교범을 읽은 것 뿐이었고 실전경험은 없었지만, 운 좋게도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최대한 조심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그의 M70은 점점 쿠바와 소련군 군사고문을 처치하기 시작했다. 외모와 습관 모두 금방 눈에 띄는 상대인지라 표적 찾기는 쉬웠다.

 '나는 적의 캠프를 어떨 때에는 며칠이나 지켜보며 저격 계획을 짰다. 그리고 적이 지쳐 나를 찾는 것을 포기할 때까지 숨어있었다.' 도망갈 곳이 없는 이곳에서 그는 어느덧 정글 매복의 달인이 되었다.

(중략)

 그리고 그는 좋은 스승도 얻을 수 있었다.
"1960년대에 콩고에서 활약했던, 배운 것 많은 네덜란드인이 내가 도착한 직후부터 아버지처럼 보살펴줬다. 그리고 장비와 명령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필수적인 기술과 정글에서 어떤 순서로 생각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줬다. 지금도 나는 그 양반을 위해 기도한다. 그가 없었으면 나는 죽었을테니 말이다."

(중략)

 앙골라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고, 예측불허의 사태는 언제나 일어났다. 그는 갈수록 누가 왜 그를 고용했는지에 대해 불안해졌고, 이곳에 들어온지 1년을 채우기 직전에 그만 두고 떠났다. '일찍 그만 두기로 한 중요한 이유는 휴가를 위해 다카르에 있는 동안 내 낡은 차가 폭파됐기 때문이다. 나는 무사했지만, 이 사건으로 이 일을 계속하는 한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분명해졌다.'

이 경험이 그에게 남긴 상처는 분명했다.

 '그 뒤로도 몇 년에 걸쳐 나는 제대로 잠이 들지도 못했다. 약간의소리에도 놀라 깨어났고, 청년 시기의 상당부분을 편집증 환자처럼 지냈다.'

P.187 ~ 189

스나이퍼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마틴 페글러 (호비스트,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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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흡사 지어낸 듯한 이 내용은 저자인 마틴 페글러가 직접 인터뷰한 인물이 증언한 내용이다. 앙골라 내전이 냉전시절에 3세계 국가에서 벌어진 대리전이었고, 그곳에 여러 세력이 개입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사격에 재능이 있던 청년에 대한 신상정보를 그 두 사람이 어떻게 입수했고, 누가 그를 고용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떠나지 않는다. 상세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막대한 보수 또한 출처를 궁금케 한다.

한편으로는 전쟁 지역이라고는 하나 엄연히 사람을 죽이는 살인행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단순히 큰 보수-글의 정황상으로는 돈이 유일한 요인으로 파악된다-라는 점 또한 쉽게 수긍하기가 힘든 점이다. 하지만 그가 이 더러운 일을 하면서 지켜본 전쟁 또한 그리 단순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1975년부터 89년 사이의 앙골라 내전에 용병으로 참전한 미국 저격수는 서로 적대해야 할 앙골라 병사들이 실제로는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양쪽의 군사고문으로 참전한 소련,쿠바,프랑스인들이 아예 같은 식탁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것까지 목격했다. 이 친구가 '도대체 내가 누구 편에서 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틴 페글러, 스나이퍼, P17


 아프리카 서남단의 앙골라에서 벌어진 내전. 미국,소련,쿠바,프랑스,네덜란드 인들이 뒤섞여 벌인 이 전쟁은 대체 어떤 전쟁이 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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