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아트릭스 핸드크림
잡동사니 2009. 6. 20. 23:04난 화장품을 거의 쓰지 않는편인데-남자니까- 군대에 가서 정말 많은 화장품을 썼다. 사용개념은 거의 의약품에 가까웠지만 어찌되었든 사회에 있을때보다 이것저것 많이 발랐던게 확실하다.
돌이켜 보면 군입대를 조금 대책없이 한 편이라서 하나도 준비안하고 정말 몸만 달랑 들어갔었다. 이게 정석이긴 하지만 다른 동기들을 보면 최소한 반창고라던지, 겨울이니까 립 글로즈 라던지를 이것저것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거의 빈털털이 신세로 정말 손에든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
하지만 어차피 군에서 모든 생활용품-비누,휴지,필기도구 등-이 보급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 라는건 나의 큰 착각이었다. 사회생활동안 몸고생 마음고생 한번 안해본 나로서는 당시의 훈련소 생활이 정말 힘들기 그지 없었다. 그런 환경속에서도 아버지나 삼촌, 친구나 형들에 비하면 뒤늦게 들어온 나는 좀 더 나은거지 라며 위안을 해댔지만, 그래도 힘든 순간 만큼은 어쩔 수 없는게 사실.
무엇보다도 지독한 건성피부인 나는 피부상태가 많이 나빠져 갔는데 특히 손이 점점 상태가 안좋아졌었다. 특히 내가 놀랐던건 엄지손가락 손톱밑의 살들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을때였다. 면도칼로 깊게도려낸듯 살점이 보일정도로 살이 터져나갔던 터라 정말 아파했었고, 게다가 그 상태로 훈련에 교육에 빨래, 식기세척등이 계속되어서 상태는 점점 안좋아졌다. 상황은 나를 포함한 다른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핸드크림을 가지고 온 동기들은 조금 상태가 나았는데 그마저도 2주일 뒤에는 다같이 쓰다보니 모자라게 되었다. 하도 소원수리에 핸드크림이 필요하다고 적어놔서 인지 결국 훈련소에서 공동구매 형식으로 핸드크림을 보급해 줬는데, 그때 제공 받은 물건이 아트릭스 핸드크림이었다.

지금은 아무곳에서나 아무생각없이 손쉽게 구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 격리되어 고립되어 있었던 훈련소 시절에는 정말 이 핸드크림 하나가 금덩이 같았다.
아트릭스 핸드크림이 보급된 이후에 고된 훈련과 계속되는 손빨래-얼음물이었다-에도 불구하고 손의 상태는 점점 호전되어 갔었다. 특히 식기세척이후에 패인 상처사이로 새제물이 스며들때는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다행히도 핸드크림이 보급된 이후에 그 고통이 좀 나아졌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처는 아물었다. 그때가 얼마나 기뻣는지 아문 상처를 보고 나도 모르게 계속 미소 지어댔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문 상처는 겉뿐이었고 속은 아직 다 나은게 아니었는지, 몇일 후 영하의 날씨에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고 나니 그 다음날 아침 약 1.5배의 크기로 상처가 더 벌어졌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땅바닥을 기어다녔다.
약 일주일 뒤, 자대 배치 받기 전까지 나는 또 열심히 핸드크림을 주기적으로 사용했고 다행히 자대에 가고나서는 상태는 별탈없이 아물었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보잘것 없는 핸드크림이지만 내게는 너무나도 추억이 깃든 물건이기 때문에 그때 사용하던 아트릭스 핸드크림통을 버리지 않고 아직도 가지고 있다. 지금도 통을 열면 맡아지는 옅은 핸드크림 향 덕분에 훈련병 시절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아마 올해 겨울에도 많은 이들이 훈련소에서 핸드크림을 바르고 손에 입김을 불어 넣으면서 잠을 청할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랬 듯 힘들어도 다들 이겨낼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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