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드릴까요?

2010. 3. 14. 01:26
"도와드릴까요?"
 
 돌아보니 흔히 볼 수 있는 타입의 갤러리 리셉셔니스트였다. 20대 중반 쯤 돼보이는 잘 꾸민 젊은 여자로, 금발 머리를 뒤로 묶고 크림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스웨터 위로는 한 줄짜리 진주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얼굴에는 차가운 경멸조의 표정이 풍겨나오고 있었다. 난 그냥 시선을 돌렸다.
 
 미술계의 공통적인 꼴볼견이 있다면 뉴욕 갤러리의 리셉셔니스트들이다. 대개 갤러리들은 컬럼비아 대학의 미술사학과 같은 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여성들을 고용한다. 그리고 보통은 그 갤러리의 최고 고객의 딸인 경우가 많다. 리셉셔니스트가 미술계로 입문하는 직책이다 보니 모두들 좋아라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아 거의 할 일이 없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몇 주가 지나면 머리가 돌 정도의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미술 잡지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그들은 벌써, 갤러리를 찾아오는 미술가들, 즉 갤러리의 슬라이드 방침을 묻기 위해 찾아오는 미술가들을 무례하게 대하는 절묘한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미술가들이 뉴욕의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게 되는 한 가지 방법으로 갤러리에 슬라이드를 보내 지원하는 방법이 있고, 갤러리마다 그 절차와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통로로 전시를 기획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대개는 미술가들의 헛수고로 그치게 된다-옮긴이). 현장 수업 나온 학생들이나 그룹으로 갤러리를 돌아다니는 노인들은 거의 벌레 취급을 당하기 쉽상이다.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P.38~39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리처드 폴스키 (마음산책, 2006년)
상세보기



최근에 미술 경매에 관한 자료를 구하기 위해 책을 찾아보았지만 생각보다 자료가 없었다. 이 책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서평한번 읽어보지 못하고 목차만 보고 구입한 책이다. 오늘 처음으로 책을 읽어보았는데 생각보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직 얼마 읽지 못했지만 다행히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 요세 소설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는데 이 책으로 그 허기를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 책이 소설책이란 소리는 결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