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언어유희 활동

잡동사니 2009. 4. 16. 14:21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관련 용어 또한 다양해진다. 정치 · 경제계 인사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교묘히 감추는 신종 표현들을 만들어 내기 바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독성 자산(toxic asset)을 '과거의 유산(legacy asset)'으로 바꿔 말했다. 그나마 이건 점잖은 축에 속한다. 가이트너는 구제금융(bailout)을 훨씬 우호적인 어감의 '예외적인 지원(exceptional assistance)'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국제 금융 규제의 강화를 지지하면서 '거시적 재무건정성 감독'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기업들도 말 바꾸기에 여념이 없다. 골드먼삭스의 팀 인그라시아 M&A 부서장은 최근 'M&A 뱅커'란 직함이 쓸데없는 편견을 부른다며 자신의 명함에 직함을 '자본의 자유흐름 담당 고문'이라고 고쳐 썻다. 지난가을 자사 직원을 대량 감원했던 노키아는 이를 "시너지 효과와 관련한 인원 조정"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부터 지겹도록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글로벌 경제위기'도 변신 중이다. 언론조사기관인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의 편집자 폴 페이엑은 '글로벌 금융위기'란 단어가 유발하는 '감정적 무게'를 고려해 '글로벌 경제 구조조정'이라는 용어를 권장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곤두박질했지만(아니면 '뒤집어진 부양'이라고 해야 할까?) 유행어 제조바람은 제철을 만난 듯하다.

경제위기도 포장하기 나름 Just Make It Sound Nicer
BARRETT SHERIDAN 기자
뉴스위크 한국판 2009/04/22

기사를 다시 읽고 나니 글 제목을 이렇게 바꾸고 싶어진다. '웃기는 말장난 놀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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