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번 이 만화에 대해서는 글을 올린적이 있지만, 그 때는 한창 봄날씨와 함께 카이조를 신나게 보고 있었을 때였고, 또한 전권 감상을 끝낸뒤 올린게 아닌 반 쯤 본 이후에 올린 글이기에 다시 한번 글을 적어 보겠습니다. 내용누설도 다소 있습니다.
이글루에 계시는 만화보는 분들은 제법 알고 계시겠지만, 사실 대부분의-만화책을 즐겨보는 이들도-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만화가 바로 이만화입니다. 만화는 어릴적 천재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바보,괴짜가 되어버린 주인공 카츠 카이조와 '여주인공' 나토리 우미, 그리고 우미가 다니는 동아리의 부장 사이엔 스즈. 마지막으로 같은 동아리 '친구-_-'인 츠보우치 치탄이 펼치는 코믹만화입니다.
...라는 설정이 1권을 봤을때 제가 파악한 이 만화의 정체성이였습니다. 또한 실제로도 그러했습니다. 1권을 보시면 확실히 웃기기 위한 내용전개들이 각 화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26권을 향하는 과정속에서 이 만화는 실로 엄청난 변화를 격게 됩니다. 사실 작품의 전체적인 성향을 보면 그리 대단한 변화가 아니기도 합니다.
내용누설이랄것도 없이 이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패턴은.
괴이한 사건이 벌어짐 -> '천재학원'집단의 괴짜들 등장 -> 편집적 해석과 함께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짐
-> 앞서 등장한 요소가 극단적으로 캐릭터에 대입된 뒤(대상물은 주로 츠보우치 치탄) 끝.
과 두번째 패턴은 천재학원과 관련된 등장인물 없이 주연 4명, 각화에 맞는 조연들과 함께 내용진행.
-> 앞서 등장한 요소가 극단적으로 캐릭터에 대입된 뒤(대상물은 주로 츠보우치 치탄) 끝....-_-;
이라는 지리한 패턴들이 반복됩니다. 그 속에서 카이조는 각 화의 내용과 상황에 알맞는 소재들으 마구 나열해댑니다. 패러디든, 독설이든 가리지 않구요. 어느날 한 두권 쯤 재미 삼아 낄낄거리며 웃기에는 좋지만, 오랫동안 붙잡고 책을 읽을 만한 날-아침에 학교 가보니 '오늘은 개교기념일' 같은-에 어울리는 만화는 결코 아닙니다. 앞서 말한 '변화'는 크게 그림체의 변화, 등장인물 성향의 변화, 그리고 내용전개의 변화입니다. 그림체의 변화는 아래 그림을 보시면 대략적인 감이 오실것입니다.
제멋대로 카이조 2권 표지
제멋대로 카이조 22권 표지
그림체야 현재도 계속해서 허물을 벗으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오 나의 여신님!'같은 작품도 있기에 딱히 크게 걸고넘어질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팬들 사이에서는 어느정도 찬반양론이 오고가지만 전체적으로는 변화된 그림체가 크게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많기도 하구요. 좀 성의 없는 그림같은 느낌은 강하지만.
등장인물 성향의 변화는 앞서 소개한 여주인공 나토리 우미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괴짜바보 카이조를 소꿉친구로서 '죄책감-_-!'을 느끼고 보좌해주는 역할에서 약 4권 9화 부터 등장한 '설정'부터 시작해서 심각하게 망가져 갑니다. 연재 중반쯤인 16권에서는 급기야 누군가를 죽입니다. 누군가는 4명중의 한명입니다. 매번죽는 녀석말고. 사실 이 만화 주연중 온전하게 자기 페이스를 마지막 권까지 유지해 나간 인물은 사이엔 스즈 한명뿐입니다.
내용전개 변화중의 하나는 초반에 큰 비중을 차지하던 천재학원 인물들의 출연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주연 4명+1 을 통한 전개로 나아갑니다. +1은 만화에서 나오는 '미인으로 유명한 학급반장'입니다. 초반에 정신나간 모습을 보여주며 각 화를 장식하던 천재학원 캐릭터가 필요 없어진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연들이 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카이조는 점점 평범한 생황을 유지하지만 이미 주인공으로써 발을 뺄수 없는 상황이고, 치탄은 계속되는 시달림에 '당연히' 돌아버립니다. 우미는 앞서 말한 설정의 추가로 그야말로...심각하게 망가집니다.
치탄이 망가진 모습은 19권 1화에서 결정적으로 확인가능합니다. 대사를 한번 보자면,
"난 싸게 팔기 왕이니까! 왕이니까! 프라이드도 싸게 팝니다. '싸게 팔기 왕'이니까. 다른 작가 선생님들의 사정에 따라 폐이지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해도 그만. 애드립 대사를 집어넣어도 그저 헤실헤실 거리지. 애니메이션 화, 게임 화 되고 싶어서... 야리꾸리한 삼류 만화나 그리고, 항의가 들어오면 독자들에게 제깍 사과. 종국엔 어시스턴트의 양말을 빨지."
뭔가의 처절한 절규같은 이 황당한 대사는 21권부터 뒷부분에 첨가되는 '특별 보너스 이번권의 반성문'에서 어느정도 이유를 알수 있습니다. 뭐, 그게 없더라도 충분히 알아볼수 있지만. 만화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치탄은 괴롭힘의 대상이자 동시에 절규 대변인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우미는 점점 더 가학적인 성격과 극단적인 행동들을 보여주며 다중인격을 만들어냅니다. 더불어 가끔식 나오는 카이조와 우미의 어릴적 모습에는 정말 '어린이'라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서 갈때까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이조는 어린 폭군인 우미를 옆에서 따라다니며(끌려다니며) 평범한 사람의 반응을 여실히 보여주고, 우미는 그 반응의 근원을 만들어냅니다. 눈치채신분도 많으시겠지만 어릴적의 우미...활달함과 동시에 무척이나 쫑알쫑알대고 잔인합니다.
만화계의 소수에게 알려진? 이 '카이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으로 끝내고 이 만화의 소소한 재미들을 몇가지 말하자면, 우선 귀엽고 깜찍한, 내용과는 달리 팔리게 생긴 표지를 들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각권의 등장인물 소개. 여러가지를 패러디 해서 알려줍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마지막으로 속표지. 속표지의 내용을 보면 작가근황,작가 과거 경험, 장기인 패러디 설정 자료 등등을 알수가 있습니다. 참고로 작가근황은...읽는 이를 좀 우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화를 읽은 후의 솔직한 감상을 써 내려가보자면, 이 만화가 B급(혹은 C급)임을 팬으로서도 부정할수가 없습니다. 참고로 최고등급은 SS급으로 S급 AA급 A급 BB급이 뒤를 이읍니다...농담. 억지로 비유를 해보자면 그저그런 가격에 두판이나 보네주는 그저그런맛의 동네피자라고 할수있겠습니다. 사실 본인으로서는 즐겁게 감상했던 만화이지만 일본에 대한 조그마한 지식이나 만화에 대한 짤막한 지식도 없는 경우에는 제대로 감상하기가 힘들고, 후반으로 갈수록 극으로 치닫는 내용과 변태성으로 인해서 대부분의 보는이는 불쾌감을 느낄게 뻔합니다. '이번권의 반성문' 내용중에서도 '저는 게이가 아닙니다'라는 말이 나온것을 보면 아시겠지만, 남성의 흰색 삼각팬티, 나체, 성기(이건 초반), 항문,치욕감을 유발하는 각종 더러움 따위를 개그의 소재로 쓰기 때문입니다. 이걸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또 한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리한 패턴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정말 GG치게 만듭니다. 개그. 코믹만화임이 분명하지만 어떤날에 보면 정말 심각하게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추천평을 말하자면. '어느정도 각오하고 볼것' 입니다. 뭐 이정도로 무리하게 말할 내용은 또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쫄따구,똘마니,집안 폭군,속이 좁고,수전노,스트리킹,소심쟁이,철없는 녀석, 별 볼일 없는 팬티, 파 도둑, 스토커, 교통사고 경험 다량보유자 이자 스토커 '등등' 이신 주연 캐릭터 츠보우치 치탄의 대사 한마디로 글을 마칩니다.